우리부부의 케냐 여행(2)
2006. 4. 24(월요일)
새벽 2시 반에 눈이 떠졌는데 잠이 오지 않아 아직 발전기를 돌릴 시간이 아니므로 촛불 켜고 세수하고 베란다에 앉아 북위 37도가 아니고 남위 3도에서 보는 별자리를 감상하다.
05:45 뷔페식 아침 먹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 나가니까 만년설을 머리에 인 킬리만자로의 영봉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아 아 감격.
06:55 안내인이 다른 차로 갔기 때문에 오늘은 앞자리에 앉아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 : 우리는 싸파리라고 하지만 현지에서는 게임 드라이브라고 함)에 나서다.
게임드라이브를 하는 차들은 서로 만날 때 마다 스와힐리어로 뭔가를 이야기함으로 처음에는 친구 사이인줄 알았으나 매번 하는 것을 보니 동물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수단 국기의 상징물이라는 화려한 Crowned Crain(왕관 두루미?),하얀 머리색이 아름다운 Fish Eagle(물수리?)을 가까이서 보며, 멀리 지나가는 코끼리 무리도 보고,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동물들을 찾아 헤매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제 들어온 메셰나니 출입구로 가서 화장고치고
09:15 출입구를 출발하여 왼쪽으로 펼쳐있는 암보셀리 호수의 말라버린 분홍색 호수바닥에 더 많은 비가 내려 푸른 물이 넘실거리기를 기원하며,
10:05 어제 쉬었던 나망가 마을에서 물을 사려 정차 했으나 물이 없어서 못 사고 쉬는 동안에 노란색 꽃이 아름답게 피고 나뭇잎 모양이 우리나라의 아카시아와 같은 나무(라위에게 물어보니
나무 이름은 모르겠으나 목질이 단단하여 건축용으로 쓴다 함) 만 관찰하고,
다시 떠나 나이로비를 향하여 북쪽으로 가며 보니 반듯한 건물은 모두 교회와 교육기관이다. 학교는 남학교와 여학교가 구분되어 있는 간판이 많으며 성인 교육기관도 많다.
길이 텅텅 비고 곧은데도 시속 80키로를 넘기지 않으므로 “이 나라의 젓줄인 관광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관광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고나” 라고 생각하며 라위에게 훌륭한 운전사라고 칭찬하니
“천만에요”한다. 승합차에는 법으로 거버너(Governor)를 장착토록 하였으므로 80키로 이상 달릴 수가 없단다.
11:40 Oil Well 상표가 붙은 주유소의 썰렁한 매점에서 물을 샀는데 우리가 사고 나니 재고가 바닥 난 것같다. 이곳을 떠나 나이로비 교외의 매연지역을 어렵게 다시 지나 시내로 들어와
13:25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New Seoul Garden Restaurant)에 도착하여 약간 노릿끼 한 냄새가 나는 갈비탕으로 점심 먹고
14:00 식당을 떠나 나이로비의 북서쪽 교외로 나가서
15:10 아프리카를 먹여 살리는 곡창(穀倉)이라는 The Great Rift Valley of Africa(아프리카 大地溝帶)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광활한 열곡(裂谷)을 감상하고 떠나
그림같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끝없는 차밭 지대를 지나며 우리의 눈은 마냥 즐겁다.
그러나 세계에서 3번째 차 생산국이며, 2대 수출국으로서 차와 커피 생산 등 농업은 케냐에서 제일 중요한 산업(2위 관광업 3위 금융업) 이지만
차 산업을 소위 The Big Six가 지배하고 그 자본의 78%를 외국인이 소유한다는 신문 기사가 생각나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이바샤 마을 을 지날 때 거대한 화훼농장에서 일당 2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으면서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꽃들도 암스텔담 꽃시장에서 덴마크 상표로 팔린다는 생각이, 비포장도로에서 엄청나게 일어나는 먼지와 함께, 나를 우울하게 한다.
16:10 나이바샤 컨트리클럽(Lake Naivasha Country Club)에 도착하여 보니 이곳은 골프장이 아니고 아프리카 아카시아나무와 가지가 넓게 퍼진 휘버 나무(Fever Tree)그늘아래 잘 가꾼 잔디밭을
갖춘 영국 식민지 시대 건축으로 된 호텔로서 하마가 놀고 물수리가 날고 이름 모를 새들이 유영하는 고요한 나이바샤 호수와 얼룩말, 와일드비스트, 가젤과 기린을 잡아다가 방생한 곳에서
손님들이 산책 할 수 있도록 한 초승달 섬(Crescent Island)이 있는 휴양지이다.
우리 일행이 3척의 기다란 보트에 7명씩 나눠 타고 하마를 구경하며 호수위를 느긋하게 떠 다니는 데 갑자기 포도알 만큼 큰 빗방울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
서울에서 검색한 CNN의 5일 일기예보에서 Shower 라고 했는데,,,,
아하 이것이 사바나 지역에서 우기에 발생하는 기상현상 이구나.
17:40 1시간 정도면 오늘의 목적지인 나쿠루 호수에 도착할 것이라는 얘기를 라위에게 듣고 이곳을 출발했는데 마을을 벗어나자 공사 중 이니 돌아가라는 표지가 있으므로 표지를 따라가니
길도 아닌 곳을 대형 트럭이 즐비하게 운행하고, 덜컹거리며 추월하고, 먼지는 진동하고, 날도 저물고 해서 전쟁을 치뤘지만 두시간정도가 지나자 길 같은 길로 들어선다.
19:50 드디어 “ The Bird Watcher's Paradise”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있는 나쿠루 국립공원 북동쪽문인 Lanet Gate 에 도착하였으나 출입허용시간(오후 6시30분)이 지났으므로 문을 열어 줄 수 없단다.
예약한 숙소는 공원 안에 있는데 어쩌나. 레인저가 이곳저곳 확인 후
20:05 에야 문을 열어 줌으로, 바리케이트를 통과하여 돌투성이인 길(?)을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는데 해드라이트 불빛 속에 하이에나도 보이고...,
라위는 10분쯤 걸릴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35분이 지난
20:40 에야 오늘의 숙소인 레이크 나쿠루 라쥐 (Lake Nakuru Lodge
: http://www.lakenakurulodge.com )에 도착하였다.
이곳의 시설과 분위기는 어제 숙박한 암보셀리 라쥐 보다 훨씬 도시화(?)되어 심야에도 전기가 공급되고 다양한 인종의 손님도 많다
21:00 식당에서 뷔페식 저녁을 먹는데 종류도 제법 다양하고 음식의 맛도 좋다(내 입맛)
저녁 후 나보다 네 살이나 위인 1937년생이신 xxx씨와, 장비와 촬영 태도로 보아 전문 사진작가로 보이는 부인 xxx씨와 우리 방에 와서 소주를 마시며 재미있는 말씀을 나누다.
해외여행을 45번이나 하셨다는 보기 좋은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