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리 걷고 와서(25)
2007년 10월12일(18키로 걸은날)
7시 정각에 알베르게를 나와 바르에서 크로아쌍과 직석에서 짜 주는 오렌지
주스와 밀크커피로 요기하고, 장거리 걷기는 마지막 날 이므로 천천히,
더욱 천천히 걸었다.
까미노 걷다보면, 철망마다 예외없이 걸려있는 나무십자가도 마지막으로 보고
비행장 뒷쪽에 있는 이 조형물 사진은 거의 모든 여행기 마다 나오는데,
어느 미국인은 산띠아고 시경계 표지라고 썼지만 내가 보기엔 좀 더 가면
나타나는 도로변의 산띠아고 표지가 시 경계인 것 같다.
9시 30분경 이 바르에서 커피 마시며 쉴때 어제저녁 만난 순박한 스페인
친구들도 만나 고
만날때 마다 밝은 소리로 크게 인사하며 집사람 발 상태도 물어 보던 벨지움
아저씨도 만나고
이렇게 개성있는 오레오 도 보고
이런 까미노 표지도 만나고
10시 40분인데 아침 식사도 안하는 스페인식 시간 개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유카리나무 숲도 지나
중세 순례자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산띠아고 대성당의 첨탑이 처음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는 고소 언덕(Monte do Gozo : Mount of Joy : 기쁨의 동산)에 11시 40분 도착했다.
1982년 교황 요한바오로2세의 산띠아고 방문을 기념하여 고소 언덕 제일 높은곳에 세운 조형물 이라는데...
그동안 까미노를 걸으면서 수 없이 볼 수 있었던 현대적 감각의 조각상과 각종 조형물들을 보며, 이해는 못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예술적 감각이
풍부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 조형물은 너무 기괴해서 아무리 좋게 보아 주려고 해도 아니올시다 였다.
집사람은 이 작은 성당 (Capilla de San Marcos)에 들어가 기도 도 하고
옆의 간이 가게에서 콜라 사 마시며 1시간쯤 휴식했다.
이곳의 알베르게는 800명 수용 규모로 크면서도 새로 지었기 때문에 모든 시설이 일류 호텔급 수준 이라지만(자율지불제),
집사람 발 사정상, 비록 시설이 열악 하더라도 대성당이 가까운 시내의 사설 알베르게에 묵기로 하고 이곳을 떠나, 어제 만난 일본 아주머니들이 왔으므로 함께 시내로 향했다.
사진은 산띠아고 시 경계를 지나면 시가지에 나타나는 까미노 표지
새로지은 공립 알베르게(San Lazaro)는 이 공원 부근에 있다.
대성당에서 제일 가까운 사설 알베르게(Alberue Acuario) 는 이곳에서 까미노를 따라 1키로 이상 시내 쪽으로 가면 인도에 입간판이 있으므로 안내 표지를 따라 도로 왼편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면 있다.
1시 15분쯤 도착하여 이용료 7유로 x 2명 내고, 집사람은 자리에 누웠다.
이곳은 대성당 까지 걸어 가도 30분도 안 걸리고, 3일간 체류할 수도 있고, 자정까지 개방하며, 기상 시간도 늦어서, 어떤 면에서는, 어차피 화장실 공용하면서도 20-30유로 받는, 별 두개짜리 호스텔 보다 좋을 수도 있다.
나는 혼자 대성당에 가서 어슬렁 거리다가 돌아 오는 길에 움직이지 못하는 집사람 주려고 케이크 점에 들러 맛있게 생긴 빵 사 들고, 버스터미널에 들러
땅끝 가는 버스시각 확인하고 돌아 오니
집사람은, 식당 가는 것은 고사하고, 빵도 못 드시겠단다.
마침 소년티를 못 벗은 우리나라 젊은이 두명이 같은 알베르게에 묵으므로 빵은 그 소년(?)들에게 주고
나서 처량하게 혼자 벤취에 앉아 남아 있던 오루호 마시다가 취해서 들어 왔는데
이날 내가 코를 많이 골았다 한다.
<<까미노 걷는데 외국어 구사 능력과 강인한 체력이 필요조건 인가?>>
((아니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있다.
여행기를 보면 두 가지중 한가지도 갖추지 못한 분,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었거나 몇번 안 하신 분들이 더 재미있고 알차게 여행을 마치고 온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영어를 정말 한마디도 못하는 불란서나 독일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그렇다고 그들이 스페인어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어 단어 몇 개만 가지고도 서로 즐겁게 대화 하는것을 무척 많이 보았다.
조금은 불편할 때가 있을지 몰라도 필요조건은 아니다.
체력의 문제는 자기 체력에 맞게 걸으면 된다.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나로 하여금 까미노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준 레슬리 라는 영국 청년의 여행기를 보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아직 취업을 못 했을 때, 돈은 별로 없고, 시간은 많고, 어디에라도 떠나고 싶던 어느해 여름에 까미노 걷는 것이 비용이 별로 안 든다는 얘기만 듣고, 걷기 시작하여
싸구려 신발 때문에 고생 좀 하고, 집에서 아홉시가 되어야 일어나던 버릇 때문에 여섯시면 부시럭 거리는 사람들을 원수같이 생각하며, 체중이 8키로나
빠지며, 이 길을 걷고 나서, 이곳에 반해, 다음 해에 다시 한번 걷고 홈피를
만들었는데,
레스리는 본인을 예로 들며 체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나도, 잘 걷는 사람은 잘 걷는 대로, 못 걷는 사람은 못 걷는 대로 서로 도와
가며 걸을 수 있는곳이 엘 까미노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