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리 걷고 와서(14)
2007년 9월 4일(37키로 걸으려다 43키로 걸은날)
5시 30분 알베르게를 나서, 거의 매일 지나치는, 순례길에서 죽은자의 묘비를 지나.
8시 30분경 베르씨아노스(Bercianos) 마을에서 묻고 또 물어서 바르 찾아가 아침 먹고,
아스팔트 길이 유난히 많은 지루한 길을 가는데 마주오던 벤츠 승용차가 내 앞에서 멈추더니, 명함을 주고 간다.
알베르게 선전 명함인데, 뒷면에 오랫만에 보는 영어가 써있다. Service 난에 Telephone Network 이라는 단어가 반갑게 내 눈길을 끈다.
까미노 걷기에 빠져서 전화하려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은 이유도 있긴 하지만, 전화 할 수 있는 큰 도시는 모두 지나쳐 버리고 다녀서 아직도 집에 전화 한통 못 했다는 사실이 큰 사건 이라도 되는듯,
벼란간 전화기가 미치도록 그리워 졌다.
그래. 예정보다 6키로만 더 걸으면 집에 전화할 수 있다 그거지? 그래 그까짓 6키로 더 걷자!
열심히 걷다가, 그래도 배는 고파서, 31키로 지점인 Reliegos 의 바르에서 독일인들 틈에 끼어 급히 점심 먹고 ,
전화하고 싶은 하찮은 욕망에 몰두하여, 순례자도 거의 없어진 까미노를 미친듯이 쉬지 않고 걸어서, 뿌엔떼 데 빌라렌떼(Puente de Villarente) 마을의 사설 알베르게(Albergue San Pelayo)에 숨이 넘어 가기 직전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설 알베르게 치고는 허접 스러운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오스삐달레라 2명이 반갑게 맞이 한다 만(6유로) 온통 스페인 관광객 뿐이라 주위에 영어하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직접 오스삐딸레라와 10여분을 실랑이 하며 얻은 결론은
텔리폰 네트웍 이라는것은 �탑 컴퓨터가 연결된다는 것 이었고
아래의 골동품 전화는 스페인 내에 서만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아 이 허탈감을 어찌하나... 갑자기 피로가 엄습하고...
벼란간 그렇게 찰거머리 같이 따라오던 트리시아 아줌마가 그립다...
학생들의 스승답게 처신하신 선생님 이셨는데...
3일전에 미워서 찍었지만 지금은 사무치게 보고 싶은 트리시아 선생님!!!
나가 저녁 먹기도 귀찮다 ! 남은 오루호 마시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