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리 걷고 와서(10)
2007년 8월 31일(39키로 걸은날)
6시 정각에 출발하니 고원지대라 손이 시려울 정도로 기온이 쌀쌀하지만 이제는 발 바닥도 편하고 걷기에는 더없이 좋다.
8시경 찍은 사진인데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스페인식 시간 개념을 엿볼수 있다.
부르고스가 멀리 보이기 시작했는데 재미없는 길을 아무리 가도 가까워 지지 않는다.
대형 건설장비가 굉음을 내며 바삐 움직이는 교외의 공사장을 돌아 기차길 위로 넘어가니 산업지대가 나타나고 바르도 있어 아침을 했는데 이곳은 밀크커피를 유리컵에 주었다.
이곳부터 시내까지는 산업지대로 대로변의 인도를 따라가야 하므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고 버스 노선까지 알려 주는 가이드북 도 있다.
나는 지루하지만 산업지대 관광(?)하며 도심으로 들어갔다.
부르고스 뗄레 방꼬 라는 은행이 보이므로, 지난 봄 미국 남서부지역을 자동차 빌려 보름동안 여행하고 남았던 돈 미화 650달러를 유로로 환전 하려고 들어가서 지루하게 줄 섰다가 창구로 가니 300달러 밖에 환전해 줄 수 없다며. 나머지는 다른 은행에 가서 하란다.
정말 정 떨어 지도록 이해하기 힘든 제도다. 후랑코 독재정권 시절의 이상한 제도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는것 처럼 보인다.
일단 그 유명한 대성당을 찾아갔다.
성당옆 광장으로 들어가는 문 .
웅장한 대성당 전면
옆모습이 더 아름답다.
나는 대도시가 싫어서 길을 물어가며 이 도시를 얼른 벗어 났지만, 한나절 쯤 관광하며 지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도시의 동쪽만 어수선한줄 알았더니 서쪽도 개발이 계속된다.
도심을 떠나 한시간 반 정도 걷자 그제서야 본격적인 메세따(Meseta)가 눈앞에 전개된다.
메세따란 이곳에서 부터 아스또르가(Astorga)까지 230여 키로의 고원평지(완만한 구릉)로, 스페인 북부의 "빵 바구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눈에 보이는것은 온통 밀밭 뿐이다.
어떤 사람은 메세따가 제일 아름답다 하고 어떤사람은 제일 지겹다고 하는 양극화된 평가를 받는 지역으로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이곳을 버스로 지난다.
지금까지 본 마을은 대부분 성당을 중심으로 언덕위에 형성되어 멀리서 부터 볼 수 있었으나 메세따 에서는 지평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벌판속의 분지 안에서 불쑥 마을이 나타나곤 한다.
4시 30분쯤 오르닐로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의 공립 알베르게(Municipal Albergue)에 도착 하여 교회 옆의 알베르게 본채가 꽉 찼으므로,
잠자리와 화장실만 있는 부근의 부속건물에 짐 풀으니(4유로)
잠시후 트리시아 아줌마가 도착해서 옆 침대에 짐을 내려 놓는다. 여기까지 쫓아 오다니 지독한 아줌마다. 내가 그렇게 좋은가?
트리시아 아줌마는 어제 저녁을 식당에서 먹었기 때문에 오늘은 간식만 하시겠다고 한다.
<<나 혼자 식당에 갔으므로 오늘은 음식 얘기좀 하겠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식당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10시가 되어야 저녁을 팔기 시작 한다고 한다. 그러나 순례자 숙소가 보통 10시면 불 끄고 문을 잠그기 때문에
까미노 부근의 식당들은 대부분 7-9유로 정도 받고 세 코스로 정형화 되어있는 순례자 메뉴 (Menu del peregrino : Pilgrim's menu) 라는 것을 보통 8시나 9시에 제공한다.
그런데 이곳은 시골이기 때문인지 6시부터 저녁을 제공하였다.
순례자 메뉴(8.9유로)를 시켰으므로, 이 메뉴 이야기좀 하자.
쁘리메르 쁠라또(Primer plato : First course)는 몇가지 수프나 쌜러드나 파스타중 선택토록 하는데 쌜러드를 시켰고,
세군도 쁠라또(Segundo plato : Second course)는 닭,쇠고기,돼지고기,송아지고기,생선(대서양이가까운 갈리씨아 지방은 어류가 제법 다양하다는데 내륙지방은 거의 송어)중 선택토록 하는데 송아지 고기를 시켰고
뽀스뜨레(Postre : Dessert)로는 과일,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달걀커스타드중 선택토록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음료는 보통 물과 포도주중 한가지를 주는데 포도주를 시켰다.
나온 음식을 보자.
어떤 음식을 시켜도 기본적으로 소쿠리에 담아 주는 딱딱한 바게뜨 댓 조각과 포도주 한 병(반 병만 주는 집도 있었음)
쌜러드 : 보라색 양배추,양상추,쎌러리, 깡통 옥수수가 아닌 진짜 옥수수 삶은것, 토마도 반개정도와 삶은달걀 반개정도 저민것, 올리브 다섯개, 깡통 참치 한숫갈 정도의 분량을 뿌린것(이것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많다)
스페인에서는 드레씽은 따로 주문 받지 않고 식탁에 식초와 올리브 기름과 소금만 놓아 두는것 같다.
송아지 고기 : 수북이 주는 감자튀김을 곁들인, 얇게 저며 요리한 송아지 고기, 감자 튀김은 맥도널의 감자튀김 처럼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짜지 않고 고소해서 맛 있으나 많이 남겼다.
아이스크림 : 아이들이 먹는포장된 아이스바, 일류 음식점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스페인 식당의 후식은 초라하다))
오늘은 많이 걸었으므로 피곤해서 9시경 잠을 자려는데 독일인들이 몰려 들어와 너무 오랫동안 큰소리로 떠들기에 내가 조용히 하라고 하자, 한 녀석이 10시도 아닌데 불평 한다고 댓구한다.
정색을 하고 일어나 "불평이 아니다.이곳은 너의 집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 공용하는 공공시설이다. 예의좀 지켜라"
했더니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