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주

2002년 유럽 여행기(4)

변유섭 2007. 5. 15. 08:42

우리내외 유럽여행 기록

 

2002년 10월 11일 (금요일)

 

방에 전기 다리미와 판이 있으므로, 새벽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빨아놨던 셔츠 다리고 나서 7시 30분에 아침먹고 8시 30분에 호텔을 나와, 빠른 걸음으로 출근하는 런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캔싱턴 파크를 북서쪽으로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가서

 

 
마블아취에서 쉬다가 
관광버스만 잔뜩 서있는 하이드 파크의 스피커스 코너(너무 일러서 연사가 한명도 없음)에서 꺽어 남쪽 코너로 와서 공중변소(한국 떠나 11일 만에 처음보는 깨끗한 공중변소 였음)에 들렀다가 

 
그린 파크와 펠리스 가든 사이의 컨스티튜션 힐 거리를 거닐며 (프라타나스 낙엽을 쓸지 않고 고압 공기 호스로 한쪽으로 몰아 내는 것이 이채롭다.) 
위병 교대식이 재미 있는(11시반: 그럭저럭 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버킹검궁을 밖에서 구경하고

 

 

런던에서 제일 넓고 한적한 길인 더 몰을 지나 트라팔가 스퀘어 부근의 내셔널 갤러리(국립 미술관)를 관람하고(영국의 국영박물관은 무료가 많다 그러나 곳곳에 능력에 따라 헌금 하라는 자진 헌납 통이 놓여있음)

 

차링크로스 로드를 따라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퍼훠먼스가 많은 코밴트가든에서 재래시장과 광대노릇(오늘은 결박 풀기가 최고 인기) 구경하고 나서 2층 오페라 테라스에 있는 제법 이름 있는 식당인 체즈 제라드(Chez Gerard)에서 점심을 먹는데 주로 정장 차림의 주위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힐끗 힐끗 처다 보는 거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점심 시간에 디너를 잡순거네!     맛은 있었지만, 어쩐지 좀 그렇군(43.28파운드).

 

점심먹고 브리티쉬 뮤지움(British Museum : 왜 "대영 박물관" 이라고 번역하는지 모르겠음)관람하고 피카딜리 써커스(영국에서는 광장을 스퀘어, 써커스, 써클, 코너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네)에서 사진 찍고 

 

 

인접한 릴리 화이트(제법 알려진 체육 용품점)를 구경하고, 덜 붐비는 레전트거리를 통하여 더 몰을 건너 빅벤(국회의사당 시계탑)으로 향하다가

 

 

오후 4시가 되었으므로 재수 좋게 위병 교대 의식인 호스 가드(Horse Guard) 행사를 보게 되었는데 세련되지 않은게 오히려 재미있더군.

 

수상 관저인 다우닝 가 10번지를 지나 빅벤에서 사진찍고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따라 산책하며 빅토리아역에 도착하여 퇴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역에 있는 유료변소에 들렸다가 역 가게에서 와인과 맥주 사 갖고 호텔로 걸어 오는데 승례 표정이 이상해지므로

 

호텔을 1.5킬로 정도 남긴 하이드파크 남쪽에서 택시 타고 운전기사 좀 놀리며 

(나 : 영국에는 못된 사람이 많아서 택시에 칸막이를 했습니까?

운전사 정색하며 : 아닙니다. 승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입니다) 

호텔에 와서 보니 승례가 아무 것도 못 먹고 처량하게 변기에 앉아 돋보기 안경 끼고 책만 보는 것이라, 표정을 보니 심통이 아니야, 

 

어제 저녁에도 두시간 동안 그랬 었다네, 아차 이게 아니구나, 의사 못 만나면 서울로 돌아가자... 건강문제가 이렇게 까지 심각한 줄 왜 몰랐을까?  

 

내 여행 기준 보다 훨씬 약하게 해 왔는데...

 

2002년 10월 12일 (토요일)

 

아침 먹자 마자 칸씨에어지 에게 의사 좀 주선해 달라고 하니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반의사 주선은 안되니까 페딩턴 역 옆에 있는 성 메리 종합병원의 E&A를 가는게 좋겠단다.

 

아차 그렇구나 종합병원 응급실이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비가 주룩주룩 오지만 서둘러 위크앤드 트레불 카드(1매 6.1파운드) 사서 지하철타고 병원에 도착했으나 간판달린 정문이 보이지 않으므로 열리는 문을 찾아 무조건 들어가니 사람 이라고는 한명도 없고 전등도 밝지 않아 으스스 한데,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접수창구를 향한 안내화살표를 발견하였으므로.

 

혼자 앉아 있는 접수계를 찾아가서 응급실을 물으니 응급실(Emergency & Accidents)은 이 건물이 아니고 길 건너 새 건물에 있다며 비가 오니까  이렇게 저렇게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타고 가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서 응급실을 찾아 갔다.

 

응급실의 구멍 뚫린 두꺼운 유리창 안에서 돋보기 쓴 할머니가 이름, 생년월일. 여권, 한국내 주소, 여행목적. 체류기간, 체류호텔 주소 등 별의별 것을 물어보므로 일일이 종이에 커다랗게  써서 넣어 주면 그것을 보고 컴퓨터에 입력하는데,  속도가 어찌나 느린지 30분쯤 지나 입력이 끝나자 "빨간의자"에 앉아 기다리란다.

 

그래서 살펴 보니 프라스틱 의자의 색깔이 세 종류였다. 10분쯤 기다리자 다른 문이 열리며 이름을 부르는데 “숭, 라이, 바이윤”하므로 승례이름과 발음이 비슷해서 들어 갔더니 눈매가 매서운 간호원이 증상, 과거 병력 등을 적더니 유리 대롱을 주며 유린 쌤풀을 받아오고 1시간 반 내지 두시간을 기다리란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응급차에 실려오는 환자는 한명도 없었고 대부분 스스로 걸어서 오는 늙은이들 뿐 이였고 나보다 젊은 사람이라고는 은 팔 부러져서 캐스팅한 백인 여자와 남편인 듯한 흑인 남자였다.

 

11시쯤 되자 제일 오른쪽 문에서 비슷한 이름을 불렀다. 둘이 들어가니  넓은 공간에 여러개의 커튼 칸막이가 있었으며 여의사가 잠시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며 딴 환자를 보러가자

 

베트남 보트 피풀 같이 생긴 젊은이가 기계를 끌고 와서 체온 맥박 혈압을 동시에 기록하면서 혈액 쌤풀도 채취한후 10분쯤 기다리자  여의사(Emergency Nurse Practitioner)가 다시 나타나서 현재의 증상을 물은후 과거 병력, 건강상태, 현재 먹고 있는 약 등을 묻더니 웃으며, 오줌과 혈액에 당이 있지만 염려할 수준은 아니며 다른 것은 모두 정상이다.

 

다만 방광과 요도가 감염 되었는데 감염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자들에게는 흔한 증상이며 항생제로 쉽게 치유되니 걱정하지 말라며 음료를 많이 마시라고 권고 하면서

 

언제 귀국할거 냐고 해서 아직도 열흘이상  유럽에 체류할 것이라고 하자

즐겁게 보내라며 서울의 모르는 의사에게 런던에서 있었던 환자의 증상, 자신이 한 처방 등을 적은 편지도 주는 것 아닌가.

 

처치료는 어디에다  내야 되냐고 물으니, 이것은 이머젼씨 이기 때문에 돈을

안 받는 단다. 무의식적으로 '쌩큐 써 아이 어프리시에이딧' 했다가 보니,여자라,  

'아이 민 마암', 하고 보니, 의사 선생님이라, '쌩큐 닥터' 했더니 웃더라.

 

“비오는데 거리를 거니는 것 보다 영국 보건 제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 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나오니 어젯밤에 서울로 돌아 갈 계획 세운게 우습기만 했다. 병원앞의 약방에서 약지어 나와 길에서 먹이고 나니 긴장이 풀려 허전하다.

 

(오늘 의사에게 배운 영어 : 오줌을 참다 에서 "참다"를 wait too long).

 

이왕 여기까지 온김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킹스크로스 테임스링크 역에 지하철 타고 가서 모래 갈 루턴비행장 행 열차시각 확인하고 근처의 인도 탄두리 식당에서 서양화된 인도음식으로 점심(15.29파운드)먹고 지하철 타고 피카딜리 써커스에서 내려 릴리 화이트에서 티셔츠 4개사고

 

쎅스 샵이 즐비한 서호(SOHO)거리와 지금은 중공 사람들이 득시글 거리는

차이나 타운을 보고 상점가인 본드스트리드를 둘러 보며 바바리 본점에는 들르지도 않고 간다는 불평 듣고,

 

다시 전차타고 테임즈강 남쪽의 런던 부리지 기차역 뒤의 진짜 옛날식 시장

구경하고 걸어서 런던부리지(타워 부리지가 아님) 건너온 후 더 모뉴먼트(The Monument:1866년의 런던 대화재를 기념해서 세운 탑 으로  꼭대기에 불꽃 모양의 황금 장식이 있음)에서 사진찍고

 

 

옛날 세관앞의 테임즈강 산책로를 따라 타워 오브 런던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웅장한 쎄인트폴 성당앞에서 버스 타고(승례씨가 2층 버스 좀 타보자고 졸랐다.)  

패딩턴역 앞에서 내려 승례는 유료변소 가고 나는 15년 전 4주간 머물며 영국의 행정제도에 관한 강의를 들었던 그레이트 웨스턴 호텔을 개조한 해밀턴 호텔에가서 일을 보았다.

 

부근에서 영국인들이 많이 먹는다는 휘시 앤 칩스 (Fish & Chips)를 승례에게도 먹여 보려고 사서 호텔에 와서 먹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소주 마셨다.

 

고맙수우...건강하니.

'유럽 3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2년 유럽 여행기(6)  (0) 2007.05.15
2002년 유럽 여행기(5)  (0) 2007.05.15
2002년 유럽 여행기(3)  (0) 2007.05.15
2002년 유럽 여행기(2)  (0) 2007.05.14
2002년 유럽 여행기(1)  (0) 2007.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