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1일(22키로 걸은날)
어제 밤의 소동 때문인지 6시 30분이 되어도 전등 불을 켜는 사람은 없고 몇명이
전지들고 짐 싸느라 부시식 거리므로 내가 전등 스위치를 올리고 배낭 꾸리는데,
2층 벙커에서 어제 소란 피운 녀석이 침대에 일어나 앉아 담배 물고 라이타
좀 빌려 달라는 손 동작을한다. 노려 보면서 "Nop!"했더니 머쓱해 한다.
7시 5분 어두운 길을 나서서 8시경, 매끄럽고 말랑 말랑한 치즈로 유명하다는 아르수아 (Arzua)초입의 바에서 아침을 먹는데 현지 주민이 많다.
도시지역 출근자 들로 보인다.
스페인의 곡창지대인 중북부 메세타 지역은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을 하기 때문에 다량의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살포 하지만 갈리씨아 지방은 전통적 방법인 소규모 농사를 지으므로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거의 쓰지 않아서,
봄의 목초지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잡초가 풍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이런 풀을 먹은 소의 우유로 만든 치즈는 더욱 풍미가 있다지만,
아무리 맛있는 치즈라 하더라도 소지품을 모두 지고 다녀야 하는 순례자가 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아르수아는 옛날 순례자들의 마지막 숙박지 로도 유명 했다는데 산띠아고
까지 39키로가 남았으므로 나약한 현대인들 에게는 조금 벅찰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오레오는 폭이 2배가 된다.
아름다운 숲길도 지나고
이런 소규모 목장이 계속 되기도 하고
종이에 글이 써 있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는 순례자의
흔적도 보면서
걷기에 이상적인 길을 걸었지만 12시가 가까워 오니 집사람의 고통이 한계에 다다른 듯 했으나, 천천히 가는 방법 외에는 어쩔 수 없다. 이게 순례인 것을...
도중에,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일본 여자 두분이 영어로 길을 물어 옴으로 그때부터 함께 걸었는데 한분은 내일이 환갑이란다. 요코하마에서 왔다는데 용감한 여인들이다.
대체적으로 까미노는 어느 마을 이든지 오래된 성당을 거쳐가기 때문에 우회 해서 라도 마을의 중심을 지나 가게 한다.
그런데 제법 큰 이 마을에는 오래된 성당이 없는지, 까미노가 이 마을의 북쪽 변두리를 스치고 지나갈 뿐 아니라,
이 마을 명칭이 지도나 자료상에는 뻬드로우소(Pedrouzo) 라고 되었으나
알베르게 앞에는 데 오 삐노(De O Pino)라는 표지판이 있고, 셀료에 찍어준 문양에는 아르까(ARCA)라고 되어 있어서 아직도 이름을 알 수없는 알베르게를 물어 물어 찾아 들어 갔다(2시 30분)
이용은 자율지불제 이므로 헌금함에 10유로 넣었다.
이 알베르게는 이 마을 동남쪽 끝 부분의 N-547 국도변에 있으며 주방등 모든시설이 잘 되 있고 바로 옆에 큰 수퍼도 있어서 취사하는 분 들에게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길 건너편의 약방에 가서 컴피드 사다가 집사람 발 치료하고 나서 동네를 둘러보니 새로운 것은 발견하지 못하고 조그만 정육점(까르네쎄리아 : Carneceria)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을 보내려고 길가 바르에서 이 나라 사람들이 하는식으로 맥주 한 잔 놓고 1시간쯤 앉아 있어 보니 걷는것 보다 더 힘들다.
알베르게로 돌아 오는데 사리아에서 오스삐딸레라로 봉사하며 집사람의 순례자 여권을 발급해 주었던 사람이 바르에 앉아 있다가 말을 건다.
프랑스 중부에 살며 산띠아고 까지 순례는 마쳤고 이곳이 좋아 봉사도 하고 순례도 계속하고 있다며 돈좀 줄 수 있느냐고 해서 20유로 주었다. 사진 좀 찍겠다고 하니까 포즈를 취해 준다.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누워있는 집사람의 머리맡에 못 보던 화장실용 롤 휴지가 한개 보인다. 일본 아주머니들이 놓고 갔단다. 여기까지 길 안내 해 줬다고 갖다 논 모양이다.
일본 사람들은 너무 깔끔해서 뭐하다. 사실은 본 받아야 할 점이기도 하지만...
집사람이 걷지 못 하므로 나갈수가 없어서 저녁 이라도 차려 주려고 주방에 가서 미리 그릇의 세제 씻어 내고 있는데 사리아 부터 같이 온 이태리 아저씨
두분이 육수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야채와 감자 넣고 끓인 수프,
바게트와 포도주 놓고 저녁 먹다가 ,나보고 같이 먹자고 성화다.
이태리 사람들 음식 솜씨 좋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냄새가 정말 기막히다.
침은 꼴깍 넘어가지만, 발 아픈 아내 위해 저녁 준비 하느것 이라고 ,완곡히 사양하고, 정육점에서 사온 쇠고기, 버터,마늘, 양파로 버터구이 스테이크
만들고, 바게트와 포도주 따놓고,
'마님 모셔다' 함께 먹었는데, 핫쏘스를 못 구했는 데도 마님께서 맛 있으시다네. 고맙소, 발이나 빨리 굳히시오.
저녁먹고 나혼자 앞 마당의 벤취에서 쉬며 20대 초반의 스페인 청년 4명중 한명이 영어 좀 함으로 이 사람들과 한 시간 이상 얘기를 나눴는데 외모로
보이는 것 과는 달리 너무 순박해서 정이 들었으므로
막 문닫은 수퍼 두드려 맥주 한묶음 사다가, 항상 10시나 되야 저녁먹는,
그들의 저녁상 위에 놓고왔다.
스페인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이드북에서 발췌한 스페인의 포도주 이야기>>
((스페인 사람들은 절대금주자도 음식을 먹을때에는 포도주를 마신다. 이들은 포도주를, 알코홀이 아닌, 식사의 일부로 간주한다.
알코홀에 관한 속담이 많은 이곳에서, 스페인사람은 "포도주 없는 음식은 초라(mean)하고 보잘것 없는(foolish)것"이라고 말 한다.
포도주 생산지중 으뜸인 곳은, 적포도주 생산지인, 라 리오하(La Rioja)지방인데, 오우크 통에서 숙성시킨, 부드러운 라 리오하 포도주는 외국에도 널리
알려 졌으며, 특히 저렴한 가격 때문에 팬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 외에도, 나바라(Navara)와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방의 적포도주도 알아준다.
갈리씨아(Galicia)의 선선한 기후는 백포도주 생산에 최적이다. 복숭아와
살구 향이 상큼한(crisp) 이곳의 알바리뇨(Albarino) 포도주는 참나무통 숙성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또, 이지역 밖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탁한(cloudy) 리베이로(Ribeiro) 포도주도 생산되는데 두종류 모두 이 지방의 해산물 요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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