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일(40키로 걸은날)
오늘은 많이 걸을 예정이므로 5시 45분에 출발 하니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다른 알베르게에는 없었는데 이곳에는 다음 알베르게까지 18키로 이며 중간지점에 바르가 하나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너무 멀어서 그런가 보다.
동네를 나서자 벌판을 가로질러 곧은 길이 끝없이 계속 된다. 한낮에 걸으면 덥고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뒤돌아보고 7시 51분에 찍은 해돋이
안내판에 바르라고 했던 곳이 이런 간이 시설로, 영어가 조금 통하는 주인이 구형 스포티지 타고 지금 막 도착하여 난로에 장작불을 지피고 있는 중 이었다.
이곳에서 꽁꽁 얼었던 소시지를 장작불에 녹여 만들었기 때문에 그으름 내가 나는 쌘드위치와 보온병에 든 커피를 두잔 마시니 추위가 가셨다.
대전 엑스포때 2주일간 한국을 방문 했다는 67세의 독일 할아버지가 곧 도착 하셨는데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아랫사진의 신발 벗은 사람이 불란서 아저씨로 영어가 한마디도 안 통해 이름도 모르지만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났다며, 디카로 재생 시켜 주는 것을 보니, 나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5-6명의 우리나라 사람 사진이 있었고 수첩에 적힌 몇명의 이메일 주소도 보여 줌으로 지금도 까미노를 걷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왼쪽의 두명은 오스트리아 사람들 같은데 지난 3일간 새벽 출발이 비슷해서 하루에 몇번씩 만났어도 서로 눈 인사만 하고 지낸 사람들이다.
부지런히 걸어서 오늘 숙박할 예정인 사아군 (Sahagun)까지 7키로 정도 남아 있는 산 니꼴라스의 바르에 1시 30분쯤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데 삼순 아줌마가 또 나타 나신다.
이곳의 까미노는 120번 도로변으로 가는데 싸아군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노란 화살표가 오른쪽으로 꺾기더니 1키로 이상을 우회시킨다.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 웬일인가 했더니 허허 벌판 가운데 달랑 서있는 이 폐성당을 경유해서 가라는 뜻 이었다. 그래 ! 그러니까 순례지...
4시 조금지나 싸아군의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접수실은 닫혀있고, 오스삐 딸레로는 보이지 않는다. 게시되어 있는 안내 글대로 앞문으로 들어가서 침대를 잡았다.
요금은 6유로인데 헌금함도 보이지 않는다. 오스삐딸레로가 저녁때 라도 오겠지 했는데 끝까지 나타 나지 않았으므로 헌금도 못하고 셀료(스템프)도 받지 못했다.
짐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무심결에 어느 침대 곁을 지났는데 육감적으로 침대에서 무슨 짐승을 본것 같아 깜작놀라 뒤돌아 보니
피부가 유난히 붉고 살이 무지 쪄서 배가 절구통 같은 여자가 브레지어와 팬티만 걸치고 벽쪽을 보고 누워 있는거라. 우리와 판이한 생활 습관에 너무 놀래서 가슴이 뛰었다.
바르에 들러, 술마시는 성인들 틈에서, 10대 청소년, 소녀들이 떠들며 카드놀이 하는 문화가 이상해서 바라보고,
그동안 청소년도 많이 드나드는 바르에 담배자동판매기를 설치한 곳이 많아서 궁금 했는데, 가만히 관찰하니, 아무나 담배를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주인이 리모콘으로 작동 시켜 주어야만 판매기가 작동한다. 그러면 그렇지.
맥주 한잔 마신 뒤 제법 큰 시내를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알베르게 바로 앞에있는 식당에서 물어보니 8시가 되어야 순례자 메뉴를 판다 함으로 큰길 건너 다른 식당을 들어가니
순례자 메뉴가 아닌, 오늘의 메뉴(Menu del Dia)를 팔고있다. 순례자 메뉴와 이름만 틀리지 내용은 같아서 빵과 적포도주 한병, 로마에서 먹은 스파게띠 보다 훨씬 부드러운 스빠게티(토마토 소스를 쓰지 않아 흰색이었음)와
감자 후라이를 겯드린 엄청 큰 닭다리와 달걀 커스타드를 먹었는데, 접객하면서 요리도 직접 하는 아가씨가 부지런 하고 친절 했으므로 음식값 8유로에 팁 2유로 주었다.
저녁먹고 돌아오니 트리시아 아줌마가 책을 읽으며 과일을 먹고 계시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것이 9일간 끈질겼던 인연의 끝 이었던 것을...
<<산띠아고의 두얼굴>>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산띠아고 에게는 두가지 비젼(Vision)이 있다.
하나는 호리병 달린 지팡이 들고 등에 가리비 조개 껍질을 걸은 순례자로서 평화를 사랑하는, 순례자 산띠아고.(Santiago Peregrino : Pilgrim),
다른 하나는 로그로뇨 근처 끄라비호 전투에서 홀로 백마 타고 나타나 수만명의 무어족을 낫으로 풀베듯 참살한, 무어 참살자 산띠아고(Santiago Matamoros : Moor Slay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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