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30일(25키로만 걸은날)
6시 40분까지 늦잠자고 어제 꾸려 노았던 짐지고
6시 50분 알베르게를 나서니 발바닥이 멀쩡하다. "일주일을 넘기니 발바닥의 고통이 사라 지는구나" 생각하며 걷는데 가볍게 걷는 트리시아 아줌마가 나를 추월했다.
며칠동안 걸은 길과 다른 경치가 펼쳐지며 지세는 완만한 오르막인 길을 7키로 남짓 걸어서 오까 산맥 (Montes de Oca) 기슭에 아름답게 자리잡은 빌랴후랑까(Villafranca) 에 이르니 문 연 바르가 보인다.
스페인 사람들은 일과를 바르에서 커피한잔 으로 시작하여 바르에서 끝내므로 바르의 수가 스페인을 제외한 서유럽 모든 국가의 바르 수를 합친것 과 같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어,
까미노 걷기를 하며 바르 이용이 쉬울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필요한 시각에 문을 연 바르를 한번도 못봐서 짜증 스러웠는데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제 시간에 바르를 만나 크로아상과 밀크커피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마드리드 등 대도시나 고급호텔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까미노 상에서 들른 모든 바르에서 파는 커피의 형태는, 물론 커피의 종류야 많겠지만 ,
한결같이 진한커피(cafe solo : the strong and espresso-like coffee)나 밀크커피(cafe con leche : long and milky coffee) 두가지 중의 하나였다.
커피 컵은 진한커피의 경우 한결같이 불란서의 에스프레소 잔 보다 조금 큰 사기 잔에 딸아 주었으나,
밀크커피를 주는 컵은 다양해서,
우리나라 막사발 모양의 커다란 질그릇에다 주는곳 1번,
커다란 유리컵에 주는 곳도 3번 있었으며
나머지는 크기가 다른 사기컵에 주었는데 제일 큰것은 용량이 500씨씨 가량 되는 것 이었다.
신기한것은 아무리 조그만 시골마을의 바르에도 크고 번쩍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곳에서 부터 까미노는 경작지가 없는 산길로 접어들어 표고 1,000미터대의 고원지대 까지 표고차 200-300미터 정도의 제법 긴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야 한다.
이 사진을 찍은 전망대에서 쉬며 스페인 자전거 순례자와 인사하고 있는데 트리시아 아줌마가 또 지나친다. 어느 바르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오는것 같다.
이 고원의 소나무 숲길은 약 12키로 정도 계속되며 몇곳에서 삼림 방화선을 유지하려고 불도저가 길가의 관목을 제거하기 위해 시끄럽게 움직이긴 하지만 기온도 낮고 소나무가 많아 상쾌함으로 걷기에는 최적이다.
프랑스, 독일, 카나다 순례객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심히 걷는데 멀리서 뒤따라 오던 케서린 할머니가 "저기서 줏었느데 이거 당신 것이지?"하며 배낭 카바 주머니를 건네주고 앞서 간다.
저 할머니는 도대체 무엇을 먹었길레 저렇게 빠르지?
12시 정각 싼 후앙 데 오르떼가의 이 바르에 도착해서 또띨랴(Totilla : 오므렛)넣은 보까딜료(Bocadillo : Sandwich made with French bread)와 코카콜라로 점심한뒤 케서린 할머니와 헤어�는데 그 이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다...
지난 9일간 제일 짧게 오늘은 25키로 만 걷고 1시 50분경 아따뿌에르까(Atapuerca)의 알베르게에 도착하니(7유로) 트리시아 아줌마가 먼저와서 뜨게질을 하고있다.
이곳에서 까미노 걷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람 차모양을 만났다. 그녀는 동남아, 몽골을 거쳐, 까미노 걷기를 하고 있다는 진취적인 아가씨다.
며칠전 부터 카나다의 나이든 가장이 이끌고 온 일행과 서로 지나치며 걸을때, 걸을때는 소금기 있는 건과류가 좋다며 이름 모를 견과류를 권하곤 하던 20대 아들을 만나 담소하는데,
50대인 작은 아버지가 끼어들어, 둘 사이가 매우 친한듯, 물집 난 발 가지고 서로 놀리며 농담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청년이 국회에서 근무한다 는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이런 장기 휴가도 얻을수 있으니 카나다의 국회공무원은 참 좋겠다. 하긴 우리나라의 국회공무원도 편한것 같더라 했더니,
작은 아버지가 맞장구 치며 저아이는 일도 않하고 세금만 축낸다고 놀리니까. 이 청년이 대답은 안하고 얼굴이 벌개진다.
어색한 침묵이 흐를때 이청년이 벼란간 나에게 "결혼했어요?" 한다.
이미 서로 알 만한 사항은 모두 이야기한 처지인데 이게 무슨 말이지 생각하며, 대답도 안하고 웃으며 "실례합니다" 하고 그자리를 떠났지만, 지금도 그말이 무엇을 뜻 하는 건지 궁금하다...
길 거너편에 선사시대문화원이란 곳이 있으므로 이곳에 들려 유적 발굴 다큐(영어)를 보았는데
부근 언덕에서 19세기에 발견 되었던 유적을 197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발굴한 결과 8십만년 된 사람의 뼈 등이, 지금까지 발굴된 어떤 선사시대 유적보다도, 잘 보전된 유적 이라는 사실이 밝혀저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한다 그러나 실제 발굴된 유물은 부르고스 박물관에 있으며 이곳에는 없단다.
오후 4시경 벼란간 한냉전선이 몰려와 기온이 급히 떨어지므로 옷을 하나 겹쳐 입고 동네 바르에 가서
포도주 만들고 남은 찌꺼기 (가이드북 에는 Grape Skins 라고 했다)로 만든다는 독주 오루호(Orujo : 소주잔과 똑같이 생긴 잔에 딸아 준다) 2잔 마셔 보고 ,
저녁은 반가운 김에 차양과 함께 순례자 메뉴를 먹었는데 이곳은 외국 관광객이 많아서 인지, 처음으로, 까페 입구에 메뉴의 음식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아 스페인어를 몰라도 주문하기가 쉬웠으며, 와인도 병채로 준다.(10+10+팁2=22유로)
발바닥이 편하니 살 것 같다.
<<까미노 루트 지도(빨간선중 굵은 부분이 프랑스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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