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수)
인스탄트 커피와 빵으로 아침 때우고 08시 출발하여 10시경 거대한 돼지 방목장 지나고
끝없는 밀밭을 지나.
11시경 오늘의 목적지 까스뜨로몬떼(Castromonte : 표고 840 미터)마을 초입의 알베르게에 도착 하니까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출입문 외벽에 써 있는 번호로 전화해서 이반(Ivan)이라는 청년을 불렀다. 이 청년은 자기가 알베르게를 관리한다며 1인당 6유로씩 받고 방명록에 인적 사항을 기록해 준다. 방명록을 보니 5월 1일 네델란드인 4 명이 숙박한 기록이 있고 그 후 닷 세 동안은 비어 있었다. 마드리드길은 정말 한가하다.
이 알베르게는 교육재단으로 추정되는 어느 단체가 과거 학교였던 건물을 개조했다는데 모든 시설을 깔끔하게 공사했디. 정면 중앙 외벽에 그 단체의 명칭이 보인다.
"GRVPO ESCOLAR(school group) VALVERDE - MONTE 1930"
점심 먹을 곳을 찾아 마을을 둘러 보았다. 날씬한 첨탑이 있는 성당(Church of la Purisima Concepcion : Immaculate Conception)앞 광장에 있는 바르는 문이 잠겨있고, 길 옆의 바르에서는 빵,비스킷 과 주류, 음료만 팔고 식사류는 제공하지 않는다 한다. 이 마을에 쑤퍼마켓은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쑤퍼마켓(Supermercado)은 없다며 동네생활용품가게(Tienda)의 위치를 가르쳐 준다.
그래서 바르에서 빵만 산 뒤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띠엔다를 찾아가서 햄 우유 과일 등 식료품을 사다가 점심을 먹었는데 처음 사서 끓여 본 인스탄트 음식 쏘파(Sopa ; 수프 : Soup)라는 것이 엄청 짰다. 좋은 경험이었다.
빨래하고 샤워 마치고 쉬다가 6시30분경 나 홀로 다시 마을구경 나섰다. 낮에 문을 닫았던 바르가 문을 열었는데 90세가 더 되신 것 같은 노부부가 문을 열었으므로 들어가서 적포도주(Vino tinto) 한잔 달라니까 붉은색의 맑은 식전주 같은 것을 한잔 주고 나서 다시 적포도주도 한잔 준다. 나올 때 5유로짜리 지폐를 드리니까 동전으로 4유로 50센트를 거슬러 주신다. 와인 한잔에 50센트 라는 가격은 잘못 계산하신 것이 확실하므로 말이 안 통해서 손바닥에 동전을 펴 들고 있다가 반응이 없으므로 그냥 나오긴 했지만 조금은 우울했다. 상품의 제값도 계산 못하시는 분들이 왜 문을 열었을까? 건너편에 있는 성당을 들어가려 하였으나 잠겨있다.
낮에 빵을 샀던 바르가 소란스러우므로 들어가 보니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테이블을 모두 차지하고 카드 놀이를 하신다. 카운터에 서서 와인 한잔 하며 세어보니 남자는 15명 여자는 13명이었다. 살펴보니 우리가 보통 트럼프라고 부르던 카드가 아니고 처음 보는 형식의 카드이었다. 어떤 분이 바르의 주인에게 10유로짜리 지폐 주고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을 한 움큼 받아 놀이 하는 것을 보니 도박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도중에 먼저 나가는 한 쌍이 있었는데 부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다른 할아버지의 젖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인사하고 헤어진다. 참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수요일 인데도 저녁에는 모여 노는구나? 아 즐겁게 사는 스페인 사람들... ... ...
이날 저녁 걷기에 편한 순례자 복장이 아니고 요란스러운 복장을 하고 어색한 거동을 하는 스페인 부부가 도착했다. 그 사람들이 말을 걸어 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 조용했다. 방명록을 보니 45세와 55세 이었다.
5월 7일(목)
인스탄트 커피와 빵 먹고 8시 15분에 출발 하였다. 끝없는 밀밭을 9 킬로미터 쯤 걸어가니까
11시 15분 땅이 꺼진듯한 분지에 발베르데 데 깜뽀(Valverde de Campo 표고 780 미터) 마을이 나타난다. 안내서에는 음수 대 밖에 없다고 하였으나 마을 광장에서 비닐 봉지를 들고 가는 사람이 보이므로 물어보니 띠엔다가 있다고 알려준다.
오늘 아침이 부실했고 물도 떨어졌으므로 제법 상품이 다양한 가게에서 물과 청량음료 등 간식을 사서 광장 벤치에 앉아서 먹고 다시 출발하여 언덕을 돌아가자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메디나 데 리오세꼬(Medina de Rioseco : 포고 730 미터)의 교회 첨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5킬로미터 더 걷고 12시 40분 이 마을의 초입에 있으며 순례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싼따 끌라라 수녀원(Convento de Santa Clara)에 도착하여 철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요리조리 확인하고 저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용감하게 육중한 철 대문을 힘차게 밀치고, 한 그루의 연리지(連 理枝)로 가꾸어지고 있는 열 두, 서너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빙 둘러 보초를 서고 있는, 깔끔한 안뜰로 들어가 봐도 안내표지도 없고 물어볼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말고 노랑건물의 왼쪽 편에 있는 두꺼운 나무문을 또 한번 힘차게 밀고 들어간다. 3면의 벽에 문이 하나씩 있는 방에서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탐정같이 방을 면밀히 조사해보니 손으로 누르고 싶은 장치가 눈에 띤다. 그것을 누르면 한참 있다가 벽 뒤에서 여자가 스페인어로 뭐라고 한다. 스페인어는 이해 못하지만 상대가 수녀님이실 것은 확실하니 우리말로라도 대답하면 한참 있다가 수녀님이 상반신을 보여주신 후 다른 문을 열고 나타나서
천천히 아래 사진의 건물로 안내하여 재워주신다. 물론 1인당 7유로의 헌금도 받으시고, 출입문 열쇠도 빌려 주시고, 여권도 일단 압수(?)하시므로 조금 전에 용감히 들어갔던 사무실에 가서 찾아 와야 하고, 철저히 스페인어만 사용하시지만 못 알아듣는다고 실망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면 잠자는 대는 지장이 없다
이 마을은 이 지역에서 세고비아 다음으로 큰 마을 이란다. 특히 15세기의 두 교회(Santa Maria de Mediavilla 교회와 Santiago 교회)는 반드시 내부를 들어가 보아야 한다고 가이드북에 써 있어서 기도하러 갔으나 두 곳 모두 개방시간이 아니어서 참예하지 못했다
기둥회랑 형식을 포함한 독특한 건축양식의 상가 건물들.
쁘라사 마이요르에서 부터 식당 선전카드를 주며 15분 이상 끈질기게 차 타고 쫓아온 까무잡잡한 젊은이를 따라가서 늦은 점심 먹은 인도 식 식당 : 닭 숯불구이 (비싸지 않았음 팁 포함 20유로)
[수많은 싼띠아고 순례길 중 마드리드 길은 어떤 길인가 : 가이드북 에서 편집한 것]
스페인 북서쪽 모퉁이에 위치한 싼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가서 싼티아고 성인께 경배 드리기 위한 싼띠아고 순럐길은 11세기부터 유럽의 거의 모든 가톨릭 국가에서 순례가 시작되었으므로 옛날 경로가 오늘날에도 순례 길로 이용되고 있으며 스페인 내에서도 여러 방향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전통적 경로가 있으나 17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수도가 된 마드리드에는 전통적인 순례 경로가 없다.
따라서 뜻있는 사람들이 the Asociación de Amigos de los Caminos de Santiago de Madrid (the Association of Friends of the Road to Santiago de Madrid : 나는 이 협회를 '마드리드길을 위한 친구들의 모임'이라고 부르고 싶다.)를 결성하여 이 단체(The Amigos)가 치밀한 준비 작업을 마치고 1999년에 스페인어판 마드리드길 안내서를 발간하였다.
이 길은 현대에 와서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기 때문에 그 경로는 모든 면에서 ‘걷는자'인 순례자의 바람에 순응 하도록 설계하고 실행하였다. 마드리드길 에는 안내표지를 철저히 설치하였고, 경로는 거의 전체가 인간이 다녀서 만들어진 길, 우마차가 다닌 길, 가축의 계절적 이동 통로와 고대 로마가 만든 길로 이루어졌다. 또한 평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텐트나 대중 교롱수단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도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따라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으로 또 경치가 좋은 곳을 경로로 선정하기 위하여 방대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마드리드 길은 역사가 짧아 초기에는 순례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걸음마 단계이었으므로 주민들이 순례자에게 침대를 제공할 수 없을 경우에도 야간에는 최소한 '지붕이 있는 공간'만 이라도 제공해 주도록 주민들을 독려하였다. 협회 에서는 마드리드길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그들이 현대판 순례길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긍지를 심어주고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적극 홍보함으로 서 요즈음은 주민들이 순례자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준다.
지난 16년간 모든 여건을 꾸준히 개선 해 왔으므로 지금은 안내표지가 넘칠 지경이고 잠자리인 알베르게 도 많이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호스텔과 호텔 등도 꾸준히 증가하여 큰 불편이 없다.
마드리드에서 사아군을 거쳐 싼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이르는 마드리드 길을 온전히 순례하려면 총 679 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야 한다. 679 킬로미터 중 마드리드로 부터 불란서길에 위치한 사아군
(Sahagun) 까지 320 킬로미터가 현대에 조성된 마드리드길 부분이고 사아군부터 산띠아고까지 359 킬로미터는 전통적 불란서길 부분이다.
[이번 배낭여행 일정 중 4월 28일 서울을 떠나기 전에 내가 예약을 확정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6월 1일 프라하 - 6월 2일 서울 비행기표
5월 17일 벨지움 브뤼쎌 부터 6월 1일 체코 프라하 까지 8개국 15박 16일간 호텔과 기차표
5월 17일 스페인 싼띠아고 - 프랑스 빠리간 스페인의 저가항공 뷰엘링 비행기표
5원 17일 프랑스 빠리 - 벨지움 브뤼쎌간 탈리스 고속열차표
따라서 늦어도 5월 16일 까지는 순례를 끝내고 싼디아고 성당에 등록을 마쳐야 함으로. 그렇게 하려면 마드리드길 순례는 오늘로 마치고(세고비아 - 메디나 데 리오세꼬 간 154킬로미터)
내일(5월 8일)은 버스 타고 프리미티보(PrimItivo : Early, Original)길의 루고(Lugo)로 이동 하여 모래 아침부터 프리미티보 길 중 마지막 105킬로미터 구간을 걸어야 한다.
5월 8일(금)
5시 45분 기상하여 어제 버스정류장 위치와 버스 시각 확인하려고 갔던 버스 정류장에서 미리 사 놓았던 버스표(7,25 x 2 = 14.5 유로)를 갖고 조금 일찍 버스정류장에 갔다.
7시 25분 ALSA 버스 타고 메세따가 끝나서 변화하는 자연의 풍광과 불란서 길에 넘치는 순례자들을 바라보며 8시 40분 레온(Leon)에 도착 하였다. 레온 버스정류장의 간이식당에서 아침 먹고
10시 15분 루고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8년 전 걸었던 불란서길 중 일부를 다시 보여주니 기억이 새로워 즐거웠을 뿐 아니라 이 버스가 이 동네 저 동네 모두 들렸다 가는 것 이었기 때문에 3시간 15분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13시 30분 루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루고는 갈리시아 주의 하위 행정단위 이므로 우리나라의 군청 소재지 정도의 지위를 갖는 도시로 생각된다. 구시가는 아름다운 옛 건축물이 즐비하며 주위는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벽도시다
루고 성모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de Rugo)
성곽의 남문 격인 싼띠아고 문(The Puerto do Santiago)
로마성벽(Muralla Romana de Roma)의 상부
내일아침 건너갈 미뉴강( Rio Mino) 다리
이곳의 공립 알베르게는 이 성벽도시의 동북쪽문인 싼 뻬드로 문(Porta San Pedro)으로 들어간 뒤 조그만 광장을 지나서 곧 오른쪽으로 꺾어진 골목(Rua das Noritas)안의 두 번째 집으로 현대적으로 지은 깨끗한 건물이다.
5월 9일(토)
06시 30분 어두울 때 출발 하였다.
이곳 갈리시아 지방은 어제 까지 걷던 메세따 지형과 판이하게 달라서 두엄 냄새 풍기는 농촌주택 몇채씩이 가끔 나타나는 영세 농업을 위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8시50분경 지나간 길
09시 15분경 부르고(Burgo)마을의 성당 잎에 있는 바르(As Searas Bar)에서 커피 마시고 09시 40분 출발하였다.
10시30분 지나간 길
11시8분 지나간 길
11시 13분 지나간 길
11시 26분 지나간 길
친절한 바르 겸 티엔다가 있는 San Roman da Retorta 에서 맥주 마시고 간식 산 후 로마길로 우회전하여 1킬로미터 쯤 가서 12시 20분 도착한 공립알베르게. 이곳의 오스삐딸레로는 루고에서 승용차로 출퇴근 한다며 루고 정부에서 시간제 급여를 받고 일 한다고 한다. 오늘은 우리나라 여자 1분과 외국인 여자 2분 모두 5명이 잤다.
100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사설 알베르게(숙박 1인 10유로씩)를 발견하고 식당도 겸업하는 그곳에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었는데 식 자재는 공립알베르게의 오스삐딸래로가 자기 차로 루고에서 배달 한단다.
5월 10일(일)
07시 40분 출발하였다.
08시 경의 안개 낀 계곡
09시 40분
09시 45분부터 10시까지 시골 농가에서 파는 커피 마시고 가다가 10시 10분에 통과한 뽄떼 훼르레이라에 있는 알베르게(Albergue Ponte Ferreira) :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11시 50분 건물이 몇 채 밖에 없는 세익사스(SEIXAS)마을의 알베르게 입구에 도착했다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SEIXAS Palas de Rei) 전경, 이곳 세익사스 마을의 행장구역도 8년 전 프랑스길 걸을 때 숙박했던 빨라스 데 레이(Palas de Rei)와 같다는 점이 반갑다.
입실하기 위하여 13시 까지 기다렸다
입실 후 빨래하고, 어제 만난 부산지역 억양을 쓰는 미영이라는 귀여운 아가씨도 도착했으므로 세 명이 함께 13시 45분에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한다고 써있는 간판을 내건 길 건너편의 바르에 갔다.
오늘의 메뉴(Menu del Dia)는 없고 접시 하나에 몇 가지 음식을 함께 제공 하는 Plato Combinado 만 판다고 하며 메뉴판도 없이 음식 이름을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들을 수 없으므로 세 개를 시켰더니 서브한 음식은 푸른 야채가 많이 들어간 야채 고기 수프 였는데 맛은 있었다. 물론 빵과 포도주와 물도 제공했다. 서울에서 검색 해보니 음식은 유명한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수프(Caldo gallego)이었다.
식사 후 계산서를 달라니까 종이에 59유로 몇 센트라고 써서 보여준다. 가격이 너무 이상해서 컴퓨터 영수증을 달라니까 컴퓨터가 고장 났단다. 메뉴도 없는데 가격도 물어보지 않고 주문한 내가 봉이 된 것이다. 소위 예술가 차림의 젊은 백인 부부였는데 그 두 남녀 눈동자 네 개의 뻔뻔함이 소름 끼치도록 더러워서 60유로 던져놓고 나왔다.
5년 전 2010년의 스페인 여행시 당한 짓이 떠오른다. 그 해 홀로 포르투갈 길 순례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 바르셀로나를 둘러볼 때 그 유명한 라 람블라(La Rambla)거리의 흔한 야외식탁에 앉아 입간판에 음료 포함하여 14유로라고 써있던 빠에야(스페인 쌀 요리) 한 접시와 와인 한잔 마시고 54유로를 강탈당한 적이 있다. 내가 한참 노려 보다가 돈 줄 때 아랍계로 보이는 뚱뚱한 그 자는 나를 마주보지 못하고 그래도 눈동자는 피했는데... 이것들은...
서울에 와서 바르셀로나에서 만든 여행 관련 사이트를 검색 해 보고 알게 된 것인데 라 람블라에서 음식을 먹은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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