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마드리드(36일 여행)

산띠아고 순례길을 다섯번째 걸은 이야기(3)

변유섭 2015. 7. 1. 17:21
5월 11일(월)

07시 45분 출발하였다.

 

한 시간 쯤 가다가 배가 고파 길섶에서 빵을 먹고 있는데 청담동에 사시며 68세시라는 대도 청년같이 걷는 건장하신 남자분이 우리를 지나쳤다. 영국 런던에서부터 이태리 로마까지도 걸으셨단다. 굉장한 걷기 전문가 이시다.

 

조금 있다가 키가 큰 아가씨 미영 양도 우리를 추월했다. 

 

12시경 프랑스 길의 멜리데(Melide)에 도착했다. 마을구경 하며 성당에 가서 쎄요에 스탬프 찍고 12시 40분 멜리데에서 유명한 문어 전문점 뿔뻬리아 에지끼얼(Pulperia Ezequiel)찾아가서 점심 먹었는데 내부는 8년 전 보다 크게 확장했으나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문어 한 접시 7유로X2=14유로, 사기 보시기에 딸아 마시는 포도주 한 병=4유로, 합계 18유로

시내 네거리에 있는 깨끗한 사설 알베르게(Albergue O' Cruceiro Melide)에 투숙했다. 10x2=20유로.

프랑스 길로 접어들어 3일간 관찰 해 보니 하루 10내지 18유로(대부분 10유로) 받고 상대적으로 훨씬 깨끗한 잠자리와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사설 알베르게가 엄청 많이 생겨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가는 공립 알베르게로 발이 가지 않는다.

빨래하고 나서 또 한 번 거리 구경했다

서울에서 준비한 발가락 크림을 모두 썼으므로 멜리데 약국에서 스페인 제품을 구입하여 서울 갈 때까지 유용하게 활용한 결과 집사람이 건강한 발로 다닐 수 있었다. 영국길 이야기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매일 아침 출발하기 전에 크림을 집사람 발가락 사이에 듬뿍 발라주고 2시간 마다 양말을 벋고 쉰 다음 다시 듬뿍 발라 주었다. 따라서 양말이 기름투성이가 됨으로 내가 매일 정성들여서 빨아 말렸다.

  

5월 12일(화)

내 배낭은 오늘 갈 예정인 아르수아(Arzua)의 사설 알베르게(Arbergue Ultreia Arzua)로 탁송하고 집사람의 가벼운 배낭을 등에 지고  7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하니까 날아갈 것 같다.

 

과거에도 탁송제도가 있었지만 내가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으나 수치스럽게도 이번 순례의 마지막 3일간은 배낭 탁송서비스를 이용하였다. 늙으면 조용히 사라져야 되는데... 

 

10시경 이 바르에서 커피 한잔하고 집사람 발가락에 기름 다시 바르고 떠났다.

11시 25분 : 8년 전 어두운 이른 새벽에 아침 먹은 기억이 있는 바르를 만나 반가웠는데 지금은 식당 겸 호스텔로 바뀐 것 같다.

11시 45분 아르수아의 사설 알베르게(Ultreia)에 도착했다. 숙박료 1인 10유로X2=20유로

많은 종류의 배낭 탁송회사 광고가 도처에 널려있다. 8년 전에는 메모지에 볼펜으로 7유로라는 가격과 전화번호만 적어 알베르게 게시판에 붙여놓는 것이 광고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모두 기업화 된 것 같다.

 

글 검색창에 "Luggage Transfer Service on the Camino"를 입력하면 수많은 회사 이름이 뜬다. 그 중 하나를 읽어보니 프랑스 국내와 프랑스, 스페인 국경부근에서는 보통 배낭 1개 탁송에 7유로 정도 하며 싼띠아고에 가까워질수록 싸져서 1개에 3유로 정도 한다고 씌어 있다.

아래의 꼬리표는 내일 아침 이곳 로비에 놓고 갈 내 배낭에 매달 꼬리표다. "한국인 양승례, 뻬드로우소의 오떼로 알베르게 행“

3유로 내고 세탁기를 쓰려고 하는데 내 빨래 양이 너무 적어서 옆에 있던 네덜란드 여자 두 명의 빨래도 함께 넣고 빨아 주었다.

 

5월 13일(수)

07시에 우리가 잔 알베르게가 자영하는 바르가 문을 열었으므로 크롸쌍과 커피로 아침 먹고

07시 25분 출발 하였다. 이곳 부터는 내겐 세 번째 걷기이고 우리집 사람에게도 두 번째 걷기이므로 낯설지 않다.

 

8시 55분 이 바르에서 커피 한잔 하고

10시 01분 지나간 길

11시 30분 이 바르(O Empalme)에서 커피 한잔하고 발가락 처치하고

11시 50분 싼따 이레녜(Santa Irene Albergue, O Pino)알베르게 지나고

12시 40분 뻬드로우소(Pedrouzo)의 사설 알베르게(Otero)에 투숙하여 빨래하고, 동네 산보 후 알베 건너편 잔디밭 나무 그늘에서 와인 즐겼다.

5월 14일(목)

새벽에 천둥 번개 치며 비가 역수같이 쏟아지더니 날이 밝으며 수그러들었으므로 07시 05분에 출발하여  11시 정각 해발 370 미터인 기쁨의 언덕이라는 몬떼 데 고소(Monte de Gozo : Hill of Joy)에 도착하였다.

 

1989 요한 바오로 이세 교황 성하의 이곳 방문 기념탑,

매번 들어가 기도하고 쎄요 찍고 헌금하는 성 마르코스 소성당(Capilla de San Marcos),

매번 코카 콜라 마신 간이매점

12시 쯤 시내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Albergue Acuario)에 도착하니까 띠또(TITO)라는 오스삐딸레로가 매우 친절하게 방으로 안내 했는데 8년 전 왔을 때 보다 많이 개량했다. 우리가 잘 곳은 칸막이와 커튼을 이용하여 합리적으로 공간을 배치했고 실내장식도 깔끔해서 좋았다. 우리방의 커튼에는 Eireen Room 이라고 씌어있었다.

내 배낭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싼띠아고 대성당으로 가서. 13시 10분 디자인이 바뀐 라틴어 콤뽀스뗄라를 받았는데 과거보다 디자인이 화려해 졌다.

13시 40분 까사 데 마뇰로(Casa de Manolo)식당에 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서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없다,

 

5월 15일(금)

08시 아꾸아리오 알베르게에 짐 맡겨 놓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그 옆의 식당에 가서 아침 먹고

Monbus 매표소에 가서  46.20유로 내고 휘니스떼레(갈리시아어=Fisterra : 스페인어=Finisterre)행 왕복 버스표 두 장 사서 10시 정각차 타고 13시 15분 휘스떼라에 도착 하였다,

 

바로 옆에 있는 팬션(Pension Cabo Finisterre)에 더블 룸을 잡아서 요금 25유로를 지불하고

바닷가로 가서 식당(Meson Arco Da Vella)에서 오늘의 메뉴인 해산물 요리로 점심 먹고

까보 휘스떼라(Cabo Fisterra : 휘스떼라 곶)로 올라 갔다

동전으로 기념품 만들어 준다는 동전 압착기에 50 센트 동전 하나 넣고 망가뜨린 뒤에 나도 한장 찍었다.

스페인도 변했다 : 기념품 파는 좌판만 있던 곳에 현대식 공중변소를 지어 깨끗하게 유지한다.

2007년의 좌판 사진 (56회까페 56산우회소식 글번호 171에 올렸던 사진)

8년 전 서 있던 멋있는 십자가를 왜 잘라버렸을까?  날씬한 십자가가 있던 자리

2007년 그자리에 있던 멋있는  십자가 사진 (글번호 171에 올렸던 사진)

땅끝에서 항구로 돌아와서 샤워한 뒤., 웬일인지 8년 전 저녁나절 이틀간 같은 벤치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이 오늘도 그곳에 앉아계시면 얼마나 반가울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바닷가 벤치로 갔다.

아악 !!!!! 바로 그 영감님께서 바로 그 벤치에 앉아 계신다

나의 소박한 바람이 기적 같이 이루어  진 것이다.

세월 때문에 치아가 몇 개 빠지시긴 했어도 당당하신 모습 바로 그 모습이시다. 말은 안 통하고, 우리가 8년 전 만났던 예기를 어떻게 전달할 까? . 나는 당신을 선명하게 기억 하지만 당신께서는 나를 기억 하실 리가 없으니 웃기만 하신다.

나에게 뭐라고 하시더니 친구분과 함께 집으로 돌아 가신다.....

나에게 따빠(Tapa)가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 주셨던 그 어르신께서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배웅하며 건강하게 사시기를 기원하였.

8년전 우리 까페에 올린 글 과 사진 [56산우회소식 글번호:172, 글제목: 2000리 걷고 와서(마지막)]

 

[ 산책 후 어제 밤에 앉았던 벤치에 앉아 있는데 어제 뵌 그 영감님이 또 오셨다. 손짓 발짓 대화 하다가 비노 한잔 하러 바르에 가자 신다. 따라갔더니 당신은 맥주 드시고 나에게는 비노를 주문함으로 내가 돈을 내려니까 큰 소리로 뭐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쳐다본다.

 

가이드북에, 따빠(Tapa)란 와인 한 잔 할 때 거의 공짜로 주는 안주인데 돈 내고 시킬 경우 작은 것은 삔초스(pinchos) 큰 것은 라씨오네스(raciones)이므로 도시지역에 가면 바르에 들려서 따빠스(Tapas) 순례도 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어서 못 했는데 , 이 영감님 덕에 따빠를 맛 보게 된 것이다.  먼저 빵 조가리에 익힌 생선 얹은 것을 먹으니까 영감님이 무엇을 더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돼지 귀 껍질을

익혀서 올리브유에 볶은 것 이었다. 한잔 더 하시겠냐고 몸짓을 하니까. 나를 옆의 바르로 끌고 가더니 또 맥주와 비노를 시켰는데 이번엔 빵에 초리소(생 양념이 살아있는 스페인 식 소시지)얹은 따빠를,

그것만 먹어도 한 끼니 식사가 될 정도로 ,여러 쪽을 준다.

 

조금 있자 귀여운 소년이 들어오니까 이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에게 인사시키고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먼저 실례한다는 것 같은 동작을 취하고 나갔다. 손자가 할아버지 모시러 온 것 같았다. 나올 때 술값을 냈는데 몇 유로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도 따빠는 공짜로 준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 단면을 본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5월 16일(토)

아침 먹고 나서 해변을 산보하고

9시 45분 휘스떼라에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오늘은 웬일인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정확히 2시간 만에 싼디아고로 돌아 왔다.

 

점심 후 알베르게에 다시 투숙한 뒤 이곳저곳 구경하며 느긋하게 지냈다.

 

오늘로 다섯 번째 싼띠아고 순례가 끝난 것이다.